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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울란바타르에 세운 대학들
  • 이종철 기자
  • 등록 2026-06-03 09:27:22


이제 이틀만 있으면 한국으로 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제 밤에는 드물게 잠이 오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거진 새벽 1시가 넘도록 침대 위에서 뒤척였다. 오래 전에 내가 알던 여인이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심이 컸다. 


이번 여행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둔 편이다. 내가 이곳에 지역학 연구소를 하나 차리려고 생각을 했는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몽골 사회는 한국 사회가 거쳐 왔던 여러 가지 길을 후발적으로 걷고 있기 때문에 문제들의 단면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운 편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한인들이 세운 대학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단 몽골의 초중고 10년 제 학제가 국제적인 수준에 발맞춰서 12년 제로 늘어나는 바람에 2년 간의 갭을 메꾸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입학생 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몽골의 교육부는 국립대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사립대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상태에서 한인들이 세운 사립 대학들(울란바타르 대학, MIU, 후레 정보통신 대학)은 더욱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인들이 세운 대학들은 20여 년 전 처음 설립 당시와 다르게 그 이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크다. 대학의 실험 기자재의 역할이 큰 후레 정보 통신(ICT) 대학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재단의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기독교 교회들의 후원금과 절대적으로 줄어든 등록금 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수한 교원과 학생을 확보하기 힘들고, 20년 전의 시설 투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학생 수는 한 때 1,200명까지 갔다가 현재는 5백 명도 되지 않고 있은니까 그 어려움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곳에 세운 한인 대학들은 모두가 선교 차원에서 세웠다. 그러다 보니 교육 보다는 선교에 치중을 할 수 밖에 없고, 교육의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의 이념 때문에 드러 내놓고 선교도 할 수가 없어서 음성적으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교 이념이 강력한 유대를 형성할 수 있을 수 있지만, 대학은 무엇보다 교육과 연구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후자의 부분이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이곳의 교육계나 학계에 한인들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전 몽골 민족대의 총장을 지냈고 현재는 국립 과학 기술대에서 한국과의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손 윤선 교수와 같은 인물은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다. 


한인들이 세운 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대학 내 언어 문제이다. 나도 경험을 하는 바지만, 몽골의 키릴 문자가 라틴 문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배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몽골어 발음도 쉽지 않아서 그런지 한국인 교수들 중에 일부러 몽골어를 배우려 드는 사람은 백에 한 둘 일 정도로 거의 없는 편이다. 교수가 몽골어를 모르기 때문에 강의를 할 때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 통역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 대화와 다르게 전공 강의에서 이처럼 통역에 의존할 경우 강의 전달력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몽골 국립 대학(MIU) 처럼 아예 처음 부터 영어로 강의하는 경우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한인들이 하는 교육의 목적이 애매해질 수가 있다. 이렇게 몽골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있고, 영어까지 가세해 있다 보니 몽골어와 영어로만 진행하는 몽골 대학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 한인 대학들이 설립 초기 부터 이 언어 문제를 통일 시켰어야 하는데 미적거리다가 현재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 상태에 처해 있다. 내가 앞서 포스팅을 했듯, 2025년 부터는 전통 몽골 문자인 비치크까지 부활시킬 경우 언어 문제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에서 굳이 한인들이 울란바타르에서 대학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과거 미국의 선교사들이 그랬듯, 현지인들에게 대학 운영권을 넘기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한인들이 세운 대학의 유일한 정체성은 선교를 위해 대학을 수단으로 삼을 때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실효성은 현재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내가 보기에는 한인들은 대학 운영의 전면에서 물러나는 편이 옳을 것 같고, 몽골인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뒷편에서 도와주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한국 대학의 분교도 아닌 상태에서 한국이 몽골에서 대학을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앞선 시스템을 전수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현재처럼 생존을 걱정하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한인들이 세운 대학들이 철수를 한다고 하면 그나마 한인들이 몽골 사회에서 공공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더욱 줄어들 듯하다. 울란바타르에 와서 보면 한인들이 진출해 있는 서비스 산업 천지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일단 상업 지역 뿐만 아니라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주거 지역에까지 곳곳에 Karaoke가 너무 많고, 한인들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식당들이 너무 많다. 한인들이 진출해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한인들은 요식업 쪽에 너무 많이 진출해 있다. 그러다 보니 한인들이 몽골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나름 발언권이 있기 보다는 정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한인 사회에도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추세를 막을 도리가 없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몽골 노동자들 숫자가 거의 10만 정도라고 하는데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이 몽골 경제의 GDP에 거진 20%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전해 들은 숫자인데, 그만큼 비중이 높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다)가 될 만큼 크다. 한국인들이 여름 관광 시즌 때 이곳에 관광으로 와서 뿌리는 돈도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많다. 그런 만큼 과연 그 정도로 한국과 한인들이 몽골 정부와 사회에서 영향력과 발언권이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몽골인들은 기를 쓰고 한국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일 뿐이다.그런 면에서 한인들의 공공적 발언권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이런 차원에서 최소한 울란바타르에 진출해 있는 한인들의 공통 채널을 만들고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웍이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일은 한인 상공인 협회나 한인회가 서로 협력해서 대학 내 지역학 연구소를 통해서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쉽게 말하면 몽골 형 산학 협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학자들이 나서서 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런 작업을 하는 학자 집단이 거의 없다. 다들 각자 도생이고, 사적인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인 사회가 발전하고 몽골 안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이 이루어진다면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 (이 글은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기록한 것입니다. 2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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