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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Hans Driesch와 생기론의 부활
  • 김철호 기자
  • 등록 2026-06-07 05:56:54

제3화〉 Hans Driesch와 생기론의 부활

— 기계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생명의 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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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체 발생학 (Embryology) 실험 기본 아이디어


1회에서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번개 장면을 통해 물었다.
생명은 과연 전기적 자극만으로 일어나는가?

2회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엔텔레키(entelecheia)를 통해 답을 모색했다.
생명은 완성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는 내적 목적성을 지닌다.

이제 질문은 더 구체적이 된다. 이 고대의 목적론은 20세기 과학의 실험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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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Hans Driesch(1867–1941)이다.


1. 19세기 말, 생명은 “기계”가 되었다

19세기 말 유럽 과학계는 확신에 차 있었다.

  • 생명은 물리·화학 법칙으로 환원된다.

  • 생명력(vital force)은 미신이다.

  • 유기체는 복잡한 기계다.

다윈 이후, 열역학 이후, 전기생리학 이후,
생명은 점점 분자와 세포의 조합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한 젊은 독일 실험생물학자가
이 거대한 흐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2. Hans Driesch는 누구인가?

Hans Driesch는 형이상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철학자가 아니라 발달생물학자(embryologist)였다.

그는 생명을 관념으로 사유한 것이 아니라,
실험대 위에서 잘라보고, 분리하고, 관찰했다.

그리고 그 실험이 엔텔레키를 20세기 과학의 언어로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


3. 성게 발생 실험 — 기계론의 붕괴

드라이쉬의 가장 유명한 실험은 성게(Sea Urchin) 배아 실험이다.

그는 수정란이 두 개로 나뉜 단계에서 한쪽 세포를 인위적으로 분리했다.

기계론에 따르면 결과는 명확하다. 부품이 절반이면, 결과도 절반이어야 한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남은 세포 하나가 전체 성게 개체로 다시 발달했다. 부분이 전체를 복원했다.

이것은 단순한 실험 결과가 아니었다. 기계적 인과관계에 대한 철학적 충격이었다.


4. 생명은 ‘전체’를 알고 있다

이 실험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포는 단지 국소적 화학 반응의 집합이 아니다. 세포는 전체 형상을 향해 자신을 조정한다.

드라이쉬는 결론 내린다.

생명은 부분들의 합이 아니라 전체를 향한 조직적 힘이다. 그리고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다시 꺼내든다.

엔텔레키(entelechy)

그러나 이제 그것은 고대 철학의 추상이 아니다. 실험실에서 확인된 원리였다.


5. 드라이쉬의 엔텔레키

그가 말한 생기는 다음 특징을 가진다.

  • 비물질적이다.

  • 목적적이다.

  • 조절적이다.

  • 자율적이다.

이것은 단순히 “영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를 조절 원리(regulative principle)라고 불렀다.

생명은 단순 인과 사슬이 아니라 전체를 보존하려는 방향성을 가진다.


6. 왜 그는 이단이 되었는가?

문제는 시대였다. 20세기 초,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이 급부상한다.
DNA가 발견되고, 유전자가 중심이 되면서 목적론은 “비과학적”이라는 딱지를 붙는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21세기 과학은 다시 드라이쉬의 문제로 돌아오고 있다.

  • 자기조직성(self-organization)

  • 형태발생장(morphogenetic field)

  • 생체전기장(bioelectric field)

  • epigenetics

  • 시스템 생물학

형태의 방향성은 여전히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7. 여기서 Whitehead가 등장한다

같은 시대, 영국에서는 또 다른 사유가 전개되고 있었다.

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

그는 생명뿐 아니라 우주 전체를 유기체로 보았다.

드라이쉬는 생물학의 실험 현장에서 엔텔레키를 복권시켰다면,

화이트헤드는 형이상학의 차원에서 세계 전체를 과정(process)과 유기적 창조성으로 재해석했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 기계론을 거부한다.

  • 생명의 목적성을 인정한다.

  • 전체성(holism)을 강조한다.

그러나 차이도 분명하다.

Driesch                         Whitehead

생물학적 실험 기반형이상학적 우주론
엔텔레키 = 조절 원리창조성 = 우주 원리
생명 중심우주 전체 중심


드라이쉬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화이트헤드는 우주론에서 출발했다.

이 대비는 다음 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8. 드라이쉬와 정기 실재론

이제 핵심 질문을 던져본다.

드라이쉬의 생기는 정기(精氣)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 전체를 유지하려는 힘
✔ 형태를 회복하려는 힘
✔ 정보-에너지적 조절 능력

이 모든 특성은 동양의 정기(精氣) 개념과 정확히 연결된다.

정기는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다. 목적적 방향성을 가진 장(場)적 구조다.

드라이쉬는 이를 “엔텔레키”라 불렀고, 동양은 이를 오래전부터 “정기”라 불렀다.


9. 드라이쉬는 틀리지 않았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묻는다.

  • DNA만으로 형태가 설명되는가?

  • 세포는 왜 ‘원래 형태’를 기억하는가?

  • 생명은 왜 복잡성을 향해 나아가는가?

기계론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생명은 여전히 미완의 수수께끼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는 엔텔레키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


10. 다음 화를 위한 질문

드라이쉬는 생물학에서 엔텔레키를 되살렸다.

그러나 같은 시대, 화이트헤드는 더 거대한 질문을 던졌다.

생명뿐 아니라, 우주 전체가 목적성을 가진다면?

다음 4 화에서는 생명정기와 관련된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을 독립된 장으로 다루겠다.

엔텔레키가 생명 원리라면,과정철학은 존재 원리다.

그리고 그 두 흐름이 정기 실재론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본격적으로 탐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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