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가 현재 총선 중이다. 현재 아르메니아는 친(親) 서방 측과 가깝다. 아르메니아를 포함한 구소련 공화국들과 경제 협력 조직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CIS 5개국)'과 군사 협력 조직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IS 6개국)'을 만들고 주도해 온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집권 연장을 노리는 니콜 파시냔 총리의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그가 재선될 때 러시아권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높을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카프카스 국가들에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처럼 빠르게 서방 진영에 합류해 유럽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웃 국가인 조지아가 우크라이나보다 앞서 미하일 사카슈빌리가 탈(脫) 러시아, 친(親) 서방 노선을 추진했었지만 2008년 러시아의 군사 작전으로 인해 몇 일 안가 초토화 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 아르메니아는 친러 국가였다.

현재, 아르메니아에서 총선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수십년 동안 앙숙이었던 아제르바이잔과의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패배한 아르메니아는 군사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와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끼여 유럽으로 직결하여 나아가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참고로 아르메니아는 국경이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터키, 이란과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거부하고 친서방 노선을 주도한 자가 현 파시냔 총리라 볼 수 있다. 파시냔은 2018년 5월 예레반 쿠데타를 통해 친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이 때도 파시냔은 집단서방과 미국 NGO 단체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집권에 성공했지만 2020년 9월 아제르바이잔과 수십년 간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실효적인 지배를 놓지 않기 위해 맞서 전쟁을 벌였지만 불과 2개월만에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물러섰으며 사실상 해당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로 인해 파시냔은 정치적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파시냔 총리는 패전 책임을 져야 했다. 정적인 세르지 사르키샨(Սերժ Սարգսյան)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 협정이 체결된 직후, 파시냔 총리를 향해 퇴임할 것을 요구했고, 과거 파시냔 총리에게 권력을 넘겨준 사르키샨 대통령 측도 자신의 지지세력을 동원해 수도 예레반에서 총리 퇴진 시위를 벌였다. 참고로 사르키샨과 그 집안은 친러시아 측이다. 그러자 파시냔은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워 정치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파시냔의 친서방 노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을 통해 러시아 주도의 군사협력기구(CTSO)에 대해 안보적 불신이 축적되어 있었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면서 서방에 대한 믿음이 가속화 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2018년 본인이 친서방측 인사로 집권하면서 스스로 불러온 위기다. 아르메니아는 소련이 해체된 이후 CSTO에 가입하게 된 것은, 터키의 군사력을 등에 업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발생했을 때, CSTO의 내부 규약인 집단 안보 체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이 때 푸틴 대통령은 파시냔을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전쟁을 질질 끈 다음, 아르메니아의 기력이 소진되었을 때, 평화협정에 중재자로 선 것이다. 이 협정이 체결된 뒤, 러시아군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아르메니아에 들어왔다. 이는 파시냔 총리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데로 그는 2018년에 집권하자마자 러시아에 대한 적대화를 선언했다. CSTO보다 나토를 더 가까이했고, 전쟁 전, 나토 군대를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주둔을 검토했을 정도였다. 그런 모습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CSTO 수장들의 눈밖에 났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 대해 그저 강 건너 불구경만 했던 것이다. 파시냔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다음 해인 2023년 9월 안보 다각화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 Eagle Partner 2023을 실시했다. 당시 나토를 확장시키기 위해 나토의 유럽 지부 위원회의 귄터 펠링거(Günther Fehlinger) 위원장이 아르메니아에게 나토와 EU 가입을 제안했다. 당시 아르메니아 외무차관이었던 바한 코스타냔(Vahan Kostanyan)은 아르메니아가 이미 나토와 협력하고 있으며,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아르메니아에서 진행되는 미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이 경각심을 부르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를 심층 분석하고, 상황 전개를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러시아 외무부는 바가르샤크 하루투냔(Vagharshak Harutyunyan) 아르메니아 주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했다. 당시 아르메니아의 친서방을 추구했지만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완전한 친서방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특히 나토 가입은 국운이 걸릴 문제였다. 이웃 조지아가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가 러시아와 전쟁을 치뤄 처참히 패배한 바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알고 보면, 나토 가입 문제가 전쟁의 발단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파시냔 총리는 이 전쟁의 장기화 되는 것을 보고 더더욱 과감하게 움직였다. 이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지켜보면서 자신들도 그만큼의 무기를 주고 지원을 해주면 러시아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파시냔은 2024년 초, CSTO 탈퇴 의지를 표명했으며 6월에는 의회 연설을 통해 CSTO를 탈퇴할 것이라 선언했다. 7월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면서 사실상 CSTO를 탈퇴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가 안보 우려를 논의하는 CSTO의 건설적인 접근 방식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그들은 곧 후회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자 아르메니아는 미국 국무부 산하의 유럽 및 유라시아 담당부 장관인 제임스 오브라이언(James O'Brien)이 지난 6월 11일에 예레반에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그를 만나 미국과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미국-아르메니아의 관계는 지난해인 2025년 8월 트럼프의 중재 하에 아제르바이잔과 평화 선언에 서명하면서 절정에 달하게 된다. 이어 아르메니아는 파시냔의 주도로 지난해 3월, EU 가입 절차 개시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EU 또한 아르메니아에 2억 7,000만 유로의 사회경제적 발전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는 결국 1년이 지나도록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러시아와 파시냔 간에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5월 4일과 5일, 양일 간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 회의 때였다. 아르메니아는 EU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아르메니아는 젤렌스키가 러시아의 5월 9일 전승기념일 행사장을 드론으로 공격할 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자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러시아로부터 받아왔다.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 러시아 외무부는 아르메니아에게 모스크바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젤렌스키를 막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파시냔에게 역사의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묻자, 파시냔은 왜 그를 못 오게 막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미국 또한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사이의 냉각기에 끼어들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예레반을 방문했으며 파시냔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르메니아와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이 협정에는 원자력 및 주요 광물 관련 협력, 아르메니아 남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교통·물류 회랑(TRIPP)을 건설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소련 시절에 건설된 아르메니아 원전을 미국산 소형 모듈 원자로(SMR)로 교체하는 사업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는 1988년 아르메니아 대지진의 큰 피해를 입은 이후 안전상 우려로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부분적으로 재가동 된 러시아제 원전(소련제 VVER-440 원자로 2기)을 교체하기 위해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에 새로운 원전 건설을 제안했지만, 파시냔은 이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미국과의 원전 협력을 선언하자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대한 제재로 검토하게 된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파시냔 총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파시냔 총리와 함께 미국과 아르메니아, 남부 카프카스,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이어주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위대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 썼다. 트럼프는 대놓고 아르메니아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르메니아 총선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4월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빅토르 오르반 총리 지지를 선언했지만, 오르반 총리는 패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음을 표명한 것이다. 파시냔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시민계약당(Քաղաքացիական Պայմանագիր)의 총수로 친러시아 성향의 야당인 "강한 아르메니아당(Strong Armenia)"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중아다. "강한 아르메니아당"은 "타시르 그룹"의 수장인 삼벨 카라페티안(Samvel Karapetyan)이 이끌고 있다. 현 서방 외신들은 시민계약당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친러, 친서방 세력 간의 대립이 치열하다. 파시냔도 지난 선거 유세장에서 한 여성과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패배의 책임, 그리고 악화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등에 대해 온갖 욕설을 해가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구도를 이루고 있는 파시냔을 몰락시키기 위해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현재 아르메니아 시각 오후 5시(한국과 -6시간 차)가 넘었다. 이제 곧 개표를 할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아르메니아산 농산물과 와인 등 수입을 중단하며 경제 보복 조치를 본격화했고, EU는 꽃 등 러시아가 제재한 아르메니아산 상품 수입을 확대하겠다며 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아르메니아 현재 총선은 집단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파시냔 측은 러시아에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 측에서 돈을 받고 친러시아 정당에 투표하기 위해 귀국하여 투표하려 한다며 "부정선거론"을 벌써부터 밀어 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어제, 6일에는 강한 아르메니아당 인사 6명을 매표 혐의로 체포하면서 야당에 대한 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EU 또한 파시냔을 당선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정선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아르메니아의 여, 야 모두 러시아 vs 집단서방으로 분명 "부정선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부정선거가 이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