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서울 하늘 아래 펼쳐진 광경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영원히 새겨질 한 장면이었다. 휴대폰 하나를 손에 쥔 평범한 시민들 — 직장인, 학생, 부모, 노인 — 이 ‘국회로 가야 한다’ 는 단 하나의 의무감으로 어둠 속을 달렸다. 군화 소리와 헬리콥터 엔진 소리가 울리는 그 밤, 무장 군인 의 총구 앞에서 몸으로 국회의사당 문을 막아선 이 무명(無名)의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해 냈다.
우리 남가주 재외동포들은 지구 반 바퀴 떨어진 이 땅에서 그 밤을 심장이 떨리는 채 지켜보았다. 그리고 확신한다 — 그날의 시민들은 노벨 평화상이 추구하는 가장 숭고한 가치, 즉 비폭력· 민주주의· 인류의 공동 존엄을 몸소 실현한 이들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202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선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심야,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유린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하였다. 그것은 1961년과 1980년의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려는 시도였으며, 성공했더라면 광주의 비극이 재현되어 서울 시민들이 다시 피를 뿌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달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엄 소식이 퍼지자 수천, 수만의 시민이 '지금 당장 국회로!'라는 외침 하나에 거리로 나섰다. 무기도, 조직도, 명령 계통도 없었다. 오직 뜨거운 시민의식 하나로 그들은 군인들 앞에 맨몸으로 섰다. 국회 의원들이 헌법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주었고, 결국 국회는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대한민국 헌정은 시민의 손으로 지켜졌다.
2024년 12월 3일의 빛은 결코 하루아침에 켜진 불이 아니다. 그것은 130년에 걸쳐 세대와 세대를 이어 타오른 민주의 횃불이다.
▶ 1894 동학 농민 항쟁
증조부 세대가 죽창을 들었다. 압도적인 일제의 무력 앞에 쓰러졌으나, 그 피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는 동학 정신으로 후손의 가슴에 새겨졌다.
▶ 1919 기미년 3·1 비폭력 만세 운동
할아버지 세대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총칼 앞에 맨손으로 서서 '독립'을 외쳤다. 비폭력 저항의 세계사적 선구였다.
▶ 1960 4·19 의거
아버지 세대의 고등학생·대학생들이 피를 뿌렸다. 부정 선거와 독재에 맞선 순수한 청년들의 희생이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다.
▶ 1980 5·18 광주 민주 항쟁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새 광주 시민들만 홀로 학살당했다. 그 비극과 수치는 이후 모든 민주 운동의 정신적 원점이 되었다.
▶ 1987 6월 민주 항쟁
우리 세대가 거리로 나섰다. 넥타이 부대·직장인·학생이 어깨를 걸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였다.
▶ 2016 촛불 혁명
자녀 세대가 광장을 밝혔다. 비폭력 촛불로 국정 농단 정권을 탄핵시켰고, 세계는 '촛불 민주주의'에 경이를 표했다.
▶ 2024 빛의 혁명
손주 세대가 스마트폰 하나로 달려나갔다. 무장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고 헌정 민주주의를 수호하였다. 이것이 K-민주주의의 완성이다.
동학의 증조부가 뿌린 씨앗이 3·1 운동의 할아버지를 거쳐, 4·19의 아버지, 6월 항쟁의 우리 세대, 촛불과 빛의 혁명의 자녀·손주 세대로 면면히 이어졌다. 이것은 한 개인의 영웅담이 아니라 전 세대가 공동으로 축적한 위대한 민주 유산이다.
한국인은 제사상에 4대 조상까지 흠향하시게 한다. 동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깊이 유교적 조상 숭배 전통을 지키는 한국인에게, 조상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규율하는 살아있는 도덕의 준거이다.
2024년 12월 3일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어쩌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나의 증조부는 죽창을 들었고, 나의 할아버지는 만세를 외쳤으며, 나의 아버지는 거리에서 최루탄을 맞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역사적 의무감, 조상들의 희생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깊은 내면의 소명 의식이야말로 한국인의 시민적 용기의 뿌리다.
공자(孔子)는 '의(義)를 보고서 행하지 않음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見義不爲 無勇也)'라 했다. 한국인의 시민적 용기는 바로 이 유교적 공의(公義)의 실천이며, 동시에 홍익인간(弘益人間) —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 건국 정신의 현대적 발현이다.
오늘날 K-pop, K-드라마, K-영화, K-뷰티, K-푸드가 세계를 격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가장 근본적인 'K'를 세계에 선보였다. 그것은 K-민주주의(K-Democracy)다.
군사 쿠데타가 성공한 나라들, 광장에서 독재가 부활한 나라들을 세계 곳곳에서 목격하는 지금, 대한민국 시민들은 맨손으로 계엄군을 막아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총 한 발 쏘지 않고, 오직 시민의 몸으로 헌정 질서를 수호하였다. 이것이 21세기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범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노벨 평화상은 지금까지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되었다. 그러나 2026년은 달라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영웅적 개인이 아니라, 이름 없는 수천만 시민이 공동으로 창조한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남가주에 사는 우리 재외동포들은 진보·보수·중도의 경계를 넘어, 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2024년 12월 3일 내란적 계엄에 맞서 국회로 달려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노벨 평화상의 가장 합당한 수상자 자격이 있다.
하나, 1894년 동학에서 2024년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130년간 면면히 이어진 대한민국 민주 투쟁의 역사는 전 인류가 배워야 할 비폭력·공의·시민 연대의 기록이다.
하나, 우리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202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여 세계에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주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미주·유럽·아시아 전 세계 재외동포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이 이 선언에 함께 해주기를 호소한다.
본 선언문에 뜻을 같이 하는 남가주 재외동포 및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분들의 서명과 연대를 환영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죽지 않습니다.
남가주(Southern California) 재외동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