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비치크는 배우기 어렵다. 서예와 같은 예술이나 취미 생활을 위해서 쓴다고 하면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이런 어려운 문자를 현대에 다시 부활한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비치크의 부활은 한국 식으로 생각한다면 한자를 부활시켜 병행 사용하다가 장기적으로 한자로 통일하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이런 발상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어문 정책을 반 시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당장 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나 반발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좀 더 알아 봐야겠지만 대학의 인텔리들이나 언론의 비판 기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나라의 어문 정책은 특정 정치인들이나 교육부 관리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디지탈 문명의 시대이다. 한글이 디지탈 문명의 시대에 날개를 달 수 있었던 것도 과학적인 제자에다가 배우고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과 중국이나 일본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문자 혁명은 정보 혁명과 함께 현대의 기술 발전 및 경제 발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런데 몽골의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 디지탈 문명에 역행하는 문자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은 문자 정책과 민족주의를 혼동하는 그릇된 신념일 뿐이다.
키릴 문자가 공용어로 탄생한 배경이 문제가 있을 지라도 키릴 문자와 같이 단순하고 합리적인 문자로 인해 몽골인들의 문맹율이 크게 떨어졌다. 과거 조선 시대 극소수의 양반들이 한자를 독점하고 대다수의 백성들은 문맹 상태에 머물렀던 것처럼, 비치크로 돌아간다면 21세기 몽골에서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권력과 부의 독점이 더욱 강화되고, 계급적 불평등이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문자와 언어 사용은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오랜 동안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바꾸려 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다. 보다 발전된 도구나 기술을 끌어들일 경우도 반발이 적지 않을 수 있는 데 오히려 후진적인 도구로 되돌아 간다고 하면 훨씬 더 사용이 힘들 어질 것이다. 전통 몽골 문자인 비치크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있었지만 왜 많은 국민들이 외면했는 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 사정을 무시한 채 정부 시책의 일환으로 강제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현재의 몽골은 그런 형태의 민족주의와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 조성과 같은 것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그리고 이런 문자 정책은 당장 몽골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어려움을 가중시켜 몽골의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가 있을 것이다. 몽골인들은 비치크를 강제로 배울 수 밖에 없을지 몰라도 어떤 외국인이 예술적 취향을 넘어서 저렇게 어려운 언어를 배우려 하겠는가? 오히려 이런 어문 정책은 오히려 몽골 내 영어 사용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