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 (Abstract): A Monograph toward a Hierarchical Qi-Process Ontology
자연은 위계(位階)를 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을 영양·감각·이성의 세 층으로 구분했고, 순자(荀子)는 물(物)을 氣·生·知·義의 네 층차로 기술했으며, 화이트헤드(A. N. Whitehead) 는 현실적 계기들이 결사 (結社, society) 의 복수 등급으로 조직된다고 보았다. 그리핀(David Ray Griffin)으로 대표되는 범 경험주의(pan-experientialism)는 이 위계를 경험의 강도(intensity)의 차이로 재해석했다.
본고는 이 동서(東西)의 위계적 자연철학을 정기실재론(精氣實在論, Jeonggi Realism)으로 종합하면서, 자연을 네 특이점 α·β·γ를 가로질러 펼쳐지는 기화(氣化)의 과정으로 정식화한다. α는 미분화(未分化)의 장에서 물질이 분절되는 문턱이며, β는 물질에서 생명이 도약하는 문턱, γ는 생명에서 정신이 출현하는 문턱, Ω는 정신이 우주적 영성(靈性)으로 열리는 문턱이다.
각 특이점은 하위 층차로 환원 불가능한 질적 도약(qualitative jump)이자 동시에 전 층차를 수반(包涵, inclusion)하는 누적적 창발이며, 바로 이 이중성(환원 불가능성 × 연속적 기화)이 정기실재론이 존재구조실재론(OSR), 사변적 실재론(Speculative Realism), 비판적 실재론(Critical Realism)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본고는 이 위계적 자연을 인식하는 인간의 고유한 사려지 이성(思慮知 理性)이 바로 Ω특이점의 내적 현상임을 논증하고, 칸트가 제기한 '풀잎의 뉴턴(Newton of a blade of grass)' 문제에 대한 정기실재론적 응답을 제시한다.
핵심어: 정기실재론, 기화, 범경험주의, 위계적 자연, 알파 베타 감마 오메가α·β·γ·Ω 특이점, 화이트헤드, 그리핀, 순자, 율곡, 최한기, 사려지 이성
1장 왜 다시 위계적 자연철학인가
1. 유물론적 환원주의의 피로
21세기 자연과학은 경이로운 성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존재론적 피로를 누적해 왔다. 입자물리학은 물질의 근저를 장(場, field)과 상호작용의 그물로 해체했고, 분자생물학은 생명을 단백질 접힘과 유전 정보의 연쇄로 재서술했으며, 인지신경과학은 의식을 뉴런 점화의 함수로 환원하려 했다. 그러나 이 환원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역설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잉여(residue)였다. 장의 요동에서 어떻게 안정된 입자가 응결되는지, 화학적 반응에서 어떻게 자기복제가 시작되는지, 신경 활동에서 어떻게 1인칭 경험이 피어오르는지 — 이 세 차례의 설명 틈새(explanatory gap)는 여전히 메워지지 않았다.[1]
세 설명 틈새는 동일한 구조를 지닌다. 모두 하위 층차의 자원(resources)만으로는 상위 층차의 질적 속성을 재구성할 수 없다는 공통 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난점은 단순한 지식의 결여가 아니라 존재론적 범주 자체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즉 현대 유물론이 채택해 온 죽은 물질(dead matter) 범주로는 생명과 정신이 원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화이트헤드가 이미 반세기 전에 지적했듯, "단순정위(simple location)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자연은 부분들의 기계적 총합으로만 현상할 뿐이다.[2]
2. 동서(東西) 위계적 자연철학의 복권
이러한 교착 앞에서, 유물론 이전의 자연철학 전통을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존재론적 자원으로 재소환할 필요가 있다. 위계적 자연관은 고대 동서의 공통 자산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De Anima)』에서 영혼을 영양 혼(threptikē)· 감각 혼(aisthētikē)· 이성 혼(noētikē)의 세 층으로 구분하면서, 상위의 영혼이 하위의 영혼을 포괄(包含)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식물은 영양을, 동물은 영양과 감각을, 인간은 세 층을 모두 지닌다. 결정적인 것은 이 위계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현실태(entelecheia)의 도약이라는 점이다.[3]
순자(荀子)는 『왕제(王制)』에서 이보다 더 간결한 존재층의 계보를 그렸다. "水火有氣而無生, 草木有生而無知, 禽獸有知而無義, 人有氣有生有知亦且有義" — 물과 불은 기는 있으되 생명이 없고, 초목은 생명은 있으되 지(知)가 없으며, 금수는 지는 있으되 의(義)가 없다. 인간은 기·생·지·의를 모두 갖춘다.[4]
화이트헤드는 20세기에 이 위계를 현실적 계기(actual entity)와 결사(society)의 복수 등급으로 재정식화했다. 비생명 사회(전자·원자·분자), 살아있는 사회(세포·유기체), 그리고 "의식을 지닌 인간적 계기들의 결사"가 서로 다른 조직 강도를 갖는다.[5]
그리핀(David Ray Griffin)은 이 화이트헤드적 틀을 범 경험주의(pan-experientialism)로 재해석했다. 그는 범심론(panpsychism)의 "모든 것이 의식을 갖는다"는 과대 주장을 피하면서도, 가장 기초적인 현실적 계기조차 희미한 경험(a glimmer of experience)을 지닌다는 최소한의 내재성(innerness)을 유지한다. 그리핀의 관점에서 물질·생명·정신의 위계는 경험의 강도의 위계이며, 각 층차의 도약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경험이 창발하는 특이점이다.[6]
3. 정기실재론의 자리
본고가 제안하는 정기실재론은 이 동서 전통을 하나의 과정적-위계적 존재론으로 통합하는 기획이다. 그 출발점은 『주역』 계사전의 짧은 명제 「精氣爲物, 遊魂爲變」(정기위물, 유혼위변 — 정기가 사물이 되고, 노니는 혼이 변화가 된다)이다.[7]
정기(精氣)란 무엇인가. 그것은 물질기(物質氣)·생명기(生命氣)·정신기(精神氣)를 모두 포괄 하는 역동적 존재론적 장(dynamic ontological field)이자, 화이트헤드의 창조성(Creativity) 과 시몽동(Simondon)의 전(前)개체적 장(pre-individual field)을 동시에 구체화하는 동양적 범주 이다. 정기실재론은 따라서 다음 세 가지 주장을 동시에 전개한다.
첫째, 자연은 정적 사물들의 합이 아니라 기화(氣化)의 과정적 질서이다.
둘째, 이 질서는 알파 베타 감마 오메가(α·β·γ·Ω) 네 특이점을 가로지르는 위계를 지닌다.
셋째, 각 특이점에서 창발하는 경험은 하위로 환원되지 않으면서도 전 층차를 담지(bearing-together)한다.
2장 기화(氣化)의 존재론적 원리
4. 정기(精氣): 창조성을 생명화하는 장
화이트헤드는 『과정과 실재』의 궁극 범주를 창조성(Creativity)·일자(一者, One)·다자(多者, Many)의 삼항으로 놓았다. 창조성이란 '다자가 일자로 되어가는 과정의 원리'이며, 이 삼항은 모든 현실적 계기의 기저 구조를 이룬다.[8]
그러나 창조성은 형식적 원리에 머문다. 그것이 어떻게 실제의 생명적 운동으로 육화되는지에 대해 화이트헤드는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 그리핀, 캅(J. B. Cobb), 그리고 후대의 과정철학자들 또한 이 공백을 완결하지 못했다. 정기실재론은 이 공백에 '정기(精氣)'를 삽입한다. 정기는 창조성의 형식을 생명적·물질적·정신적 운동으로 구체화하는 중간 범주이며, 따라서 궁극 범주는 다음과 같이 확장되어야 한다.
확장된 궁극 범주 : 창조성(Creativity) · 정기(精氣) · 일자(One) · 다자(Many)
이 네 항 중 정기는 창조성과 일자의 사이에서 운동장(運動場)으로 기능한다. 즉 창조성의 형식성이 정기의 역동적 흐름을 통해 비로소 실재의 '힘'으로 작동하고, 그 힘이 다자를 일자로 응결시키는 것이다. 정기는 Creativity를 내포하되, 그것을 생명적 운동으로 구체화한다 — 이 한 문장이 정기실재론이 화이트헤드 체계에 가하는 최소한의 수정이자 동양 기철학의 결정적 기여이다.
5. 기화(氣化): 단계적 생성의 질서
정기가 펼쳐지는 과정을 동아시아 전통은 기화(氣化)라 불렀다. 기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전개되는 생성의 질서(staged order of becoming)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오운육기(五運六氣)는 바로 이 기화의 층위적 리듬을 다섯 가지 운(運)과 여섯 가지 기(氣)의 결합으로 체계화한 최초의 형이상학적 모형이었다.[9]
율곡(栗谷) 이이는 이 기화의 원리를 「理通氣局」(이통기국 — 리는 두루 통하고 기는 국한된다)과 「湛一淸虛之氣」(담일청허지기 — 맑고 하나인 청허한 기)의 두 명제로 압축했다. 전자는 보편적 형식(理)과 개별적 역동(氣)의 관계를, 후자는 정기의 원초적 바탕을 드러낸다. 율곡은 또한 「陰陽無始, 動靜無端」(음양무시, 동정무단 — 음양은 시작이 없고 동정은 끝이 없다) 이라 하여, 서구의 선형적 빅뱅 우주론과 대비되는 순환적·비시원적 우주론의 기틀을 마련했다.[10]
최한기(崔漢綺)는 19세기에 이 전통을 「活動運化」(활동운화)의 사자성어로 집약하며 근대적 자연과학의 언어와 접속시켰다. 「氣者 活動運化之實也, 非死物也. 形者 氣之凝也, 凝則成形, 散則復氣. 生氣者 自求其和, 不待外命」 — 기는 활동·운동·변화의 실재이며 죽은 것이 아니다. 형(形)은 기의 응결이니, 응결되면 형이 되고 흩어지면 다시 기가 된다. 생기(生氣)는 스스로 그 조화를 구할 뿐, 외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는다.[11]
6. 개체화: 시몽동의 전(前)개체 장과 정기장
서구 현대 철학 내부에서 정기실재론의 가장 강력한 대화 상대는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이다. 시몽동은 개체 이전에 개체화의 과정이 있으며, 그 과정의 장이 바로 전(前)개체적 장(pre-individual field)이라고 논했다. 전개체 장은 과포화된 긴장을 품은 준안정적 (metastable) 상태로, 그 안의 응취(tension 응취)가 개체화의 사건을 촉발한다.[12]
시몽동의 번역 연쇄 — 장(field) → 긴장(tension) → 준안정성(metastability) → 개체화(individuation) → 개체(individual) — 는 동아시아 기화론의 정기(精氣) → 운기(運氣) → 기화(氣化) → 형성(形成) → 만물(萬物) 연쇄와 직접 대응한다. 두 체계 모두 개체를 실체적 출발점이 아니라 장의 국부적 응결로 본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시몽동에게는 결여되어 있는 차원이 정기실재론에는 있다. 그것은 위계적 창발의 정향성 — 즉 α·β·γ·Ω라는 질적 특이점들의 계열 — 이다. 시몽동은 개체화의 장을 기술했지만, 그 장이 어떤 순서로 물질· 생명· 정신·영성으로 도약하는지는 체계화하지 못했다.
7. 비교: OSR·사변적 실재론·비판적 실재론
정기실재론의 좌표를 선명히 하기 위해, 최근 영어권 실재론 지형과의 대비가 필요하다.
입장 | 핵심 주장 | 정기실재론과의 관계 |
존재구조실재론 (OSR, Ladyman & Ross) | 실재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라 구조·패턴이다. | 구조의 과정성·생명적 의미를 잃는다. 정기실재론은 구조를 '운동(運動)의 구조'로 재해석한다. |
사변적 실재론 / OOO (Harman) | 객체는 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은폐된 깊이를 지닌다. | 반-상관주의에 동의하나 '평면적 존재론'을 거부. 정기실재론은 질적 도약의 위계를 유지한다. |
비판적 실재론 (Bhaskar) | 경험 아래에 실재의 심층이 있다(초월적 실재론). | 심층에 동의하나 그 '내용'이 공백이다. 정기실재론은 그 심층을 정기장으로 채운다. |
범경험주의 (Griffin) | 현실적 계기는 희미한 경험을 지닌다. 합성 개체 vs 집합체. | 가장 가까운 동맹. 그러나 경험의 '매질(媒質)'이 무엇인지 미규정. 정기실재론은 이를 기(氣)로 채운다. |
네 입장은 모두 환원주의에 반대하지만, 각자 무엇인가를 결여한다. OSR은 과정성을, OOO는 위계성을, 비판적 실재론은 실증적 내용을, 범 경험주의는 매질을 결여한다. 정기실재론은 이 네 결여를 동시에 메우려는 기획이다. 정기실재론에서 기(氣)는 과정이자 위계이자 실증적 내용이자 경험의 매질로 기능한다.
3장 네 특이점과 창발의 위계 구조
가설: 기화의 과정은 네 차례의 특이점(singularity) 또는 분절선(articulation line)을 통과하며 펼쳐진다. 각 특이점은 (i) 하위 층차의 자원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질적 도약이자, (ii) 하위 층차를 소멸시키지 않고 포함하는 누적적 창발이며, (iii) 인간 인식의 고유한 양태를 동반한다. 네 특이점은 다음과 같다.
특이점 | 도약 내용 | 동아시아 대응 | 서구 대응 |
α (알파) | 미분화의 장 → 물질 | 氣 (순자), 精氣爲物 (계사전) | Creativity → Actual Entity (Whitehead); pre-individual field (Simondon) |
β (베타) | 물질 → 생명 | 生 (순자), 生氣 (최한기), 五運六氣의 生化 | Vital emergence (Driesch); autopoiesis (Maturana·Varela); dissipative structure (Prigogine) |
γ (감마) | 생명 → 정신 | 知 (순자), 神 (내경) | Consciousness as integrated information; pan-experientialist intensification (Griffin) |
Ω (오메가) | 정신 → 영성 | 義·仁·性命之理, 天地人 合一 | Teilhard의 Omega Point; 화이트헤드의 신적 극(divine pole) |
8. α-특이점: 자연에서 물질의 분화
α-특이점은 미분화의 장이 최초로 분절되어 '물(物)'이 등장하는 문턱이다. 계사전의 「精氣爲物」이 가리키는 바로 그 사건이다. 이 문턱에서 정기는 응결(凝結)되어 형(形)을 갖추고, 형은 다시 결사(結社)를 이루어 분자·결정·천체로 조직된다. 양자장 이론(QFT)이 기술하는 장의 진공 요동에서 입자가 응축되는 메커니즘은, 동아시아 기철학이 수천 년 전에 「聚則成形, 散則復氣」(취즉성형, 산즉복기 — 모이면 형이 되고 흩어지면 다시 기로 돌아간다)로 표현했던 바를 정밀화한 형태라 할 수 있다.
α-특이점의 결정적 함의는 물질이 '죽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한기의 선언 — 「氣者, 活動運化之實也, 非死物也」 — 은 α-층에 이미 희미한 경험의 흔적이 내재한다는 범경험주의적 직관의 동양적 표현이다. 물질은 로벨리(Carlo Rovelli)가 관계적 양자역학(RQM)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호작용의 그물이며, 그 그물의 매 결절점에 원초적 내재성(proto-interiority)이 잠복해 있다.[13]
9. β-특이점: 물질에서 생명으로
β-특이점은 물질의 결사가 자기조직적 순환(self-organizing circulation)을 획득하여 생명이 되는 문턱이다. 순자가 "草木有生而無知"라 한 바로 그 층차이며, 최한기의 「生氣者 自求其和, 不待外命」 — 생명의 기는 스스로 그 조화를 구하며 외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는다 — 가 이를 정확히 포착한다.
서구 현대 생명과학은 이 β-도약을 세 가지 축으로 정식화했다. 드리슈(Hans Driesch)의 엔텔레키(entelechy)는 아리스토텔레스적 현실태의 현대적 복권이었다. 프리고진의 산일구조는 열역학적 비평형 상태에서 질서가 출현하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자기생성(autopoiesis)은 생명의 정의를 '자기 경계의 자기 산출'로 재구성했다.[14]
이 세 노선은 모두 공통의 결론을 향한다. 즉 생명은 물질의 복잡화로 환원되지 않는 질적 조직 양식이라는 것이다. 캉길렘(Canguilhem)이 「생명은 스스로 기준을 세운다(la vie pose ses propres normes)」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15]
정기실재론은 여기에 하나의 동양적 첨가를 한다. 생명의 '자기'는 정기의 응결체가 스스로 그 리듬을 유지하는 운기(運氣)의 국지화이다. 생명은 기의 한 양태가 아니라 기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self-referential) 양태이며, 이 되돌아옴이 닉 레인(Nick Lane)이 기술한 양성자 구배(勾配 gradient)의 태고적 생명 에너지학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16]
10. γ-특이점: 생명에서 정신으로
γ-특이점에서 생명의 자기 순환은 표상(表象)·감각·주의·판단을 조직하여 의식이 된다. 순자의 "禽獸有知而無義"의 '지(知)'가 바로 이 층차이다. 내경의 「神」 — 형체에 깃들어 의미를 통합하는 활동 — 도 같은 층차를 가리킨다.[17]
현대 의식 연구의 양대 축 — 통합정보이론(IIT)과 전역작업공간이론(GWT) — 은 모두 의식을 '정보의 통합도'와 '전역적 접근'이라는 구조적 속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두 이론은 공통적으로 왜 통합된 정보가 1인칭 경험을 수반하는가라는 하드 프로블럼 앞에서 멈춘다. 그리핀의 범경험주의는 이 지점에서 합성 개체(compound individual)와 집합체(aggregate)를 구별함으로써 답을 제시한다. 단순한 집적은 경험을 낳지 않지만, 기능적으로 통합된 합성 개체는 구성 요소의 희미한 경험들을 조직된 더 강한 경험으로 증폭시킨다.[18]
정기실재론은 이를 정기의 응집 강도의 위계로 재서술한다. α에서의 정기는 '흩어진 형(形)의 정기', β에서는 '자기 순환하는 생(生)의 정기', γ에서는 '자기 참조하는 신(神)의 정기'이다. 의식의 하드 프로블럼은 '죽은 물질'을 전제할 때만 난점이 되며, α부터 이미 원초적 내재성이 잠재한다고 인정할 때는 강도의 증폭이라는 연속적 기화의 이야기로 풀린다.
11. Ω-특이점: 정신에서 영성으로
Ω-특이점은 정기실재론이 순자·아리스토텔레스·화이트헤드 위계에 덧붙이는 마지막 결정적 도약이다. 의식은 단지 자신을 아는 것(self-awareness) 이상으로, 자기를 넘어서는 초월적 정향성 (transcendent orientation)을 획득한다. 이 정향성이 영성(靈性)이다.
순자가 '의(義)'로, 맹자가 '사단(四端)'과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성리학이 '성명지리 (性命之理)'로 불렀던 것이 모두 이 층차에 속한다. 영성은 종교적 함축만을 지닌 개념이 아니라, 인간 정신이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전체와의 관계를 묻는 구조적 능력이다. 데야르 드 샤르댕(Teilhard de Chardin)의 오메가 포인트는 Ω-특이점의 선구적 형상화였다. 그러나 데야르가 이를 단일한 종착점으로 사유한 반면, 정기실재론은 Ω를 과정 중에 이미 작동하고 있는 현재적 문턱으로 본다.[19]
Ω-층의 인식 양태는 사려지 이성(思慮知 理性, deliberative-cognitive reason)이다. 감각(α→β 층의 인식)과 지각·판단(γ 층의 인식)을 넘어, 사려지 이성은 규범적·반성적·총체적 관조의 능력으로서, 인간이 자신을 자연의 한 부분이자 동시에 자연 전체를 물을 수 있는 존재로 성립시킨다. 이 이성이 없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충서(忠恕)·성실(誠實)과 같은 도덕적 규범 판단은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 고유의 사유 전통은 이 Ω-층을 가장 일찍 우주론적 차원에서 사유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 실린 천부경(天符經)과 삼일신고(三一神誥)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 (在世理化)는 단순한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우주적 기화의 Ω-층 완성에 참여한다는 존재론적 선언이다.[20]
12. 네 특이점의 상호관계: 환원 불가능성 × 수반(隨伴) 포함
네 특이점 사이의 관계는 두 가지 원리로 규정된다. (A) 환원 불가능성: Ω는 γ로, γ는 β로, β는 α로 환원되지 않는다. 각 상위 층차는 하위의 재조합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새로운 질서(novelty)를 품는다. (B) 수반 포함: 그러나 상위는 하위를 소멸시키지 않고 그것을 자기 안에 담지한다. 인간(Ω)은 정신(γ)을, 정신은 생명(β)을, 생명은 물질(α)을 자기 안에 품는다. 순자의 「人有氣有生有知亦且有義」가 바로 이 누적적 수반의 고전적 정식이다.
이 두 원리는 표면적으로 긴장하는 듯 보이지만 정기실재론에서는 기화의 연속성이 이 긴장을 해소한다. 각 특이점은 질적 도약이되 기(氣)의 연속성 위에서의 도약이기 때문이다. 물질의 기가 응결 방식을 달리하여 생명의 기가 되고, 생명의 기가 응집 방식을 달리하여 정신의 기가 된다. 이는 이종적(heterogeneous) 창발이면서도 동질적(homogeneous) 바탕을 공유하는 독특한 구조이며, 서구 창발론이 통상 부딪히는 '도약과 연속의 모순'을 정기 범주가 해소한다.
결론: 위계적 자연을 인식하는 인간 고유의 논리
13. 층차별 인식 양태
위계적 자연은 위계적 인식을 요청한다. 각 특이점에 상응하는 인식 양태를 정기실재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층차 | 대상 | 고유 인식 양태 | 동아시아 술어 |
α 층 | 물질(결정·분자·천체) | 측정적 이해 (측량·계산) | 格物 (격물) |
β 층 | 생명(유기체·생태) | 감응적 이해 (공감·리듬 공명) | 體認 (체인) |
γ 층 | 정신(타자 의식·문화) | 해석적 이해 (의미 파악) | 致知 (치지) |
Ω 층 | 영성(규범·총체) | 사려지 이성 (규범적·총체적 관조) | 窮理 (궁리), 誠意正心 (성의정심) |
네 양태는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누적적이다. 격물은 체인을 배제하지 않고, 치지는 궁리를 예비한다. 『대학』의 「格物致知, 誠意正心, 修身齊家, 治國平天下」 8조목이 바로 이 누적적 인식의 고전적 프로그램이었다. 정기실재론은 이 프로그램을 α·β·γ·Ω 네 층차의 인식론으로 복권한다.
14. 칸트의 '풀잎의 뉴턴' 문제 재조명
칸트는 『판단력비판』 §75에서 유명한 선언을 했다. 「풀잎의 뉴턴은 결코 등장할 수 없다(Es ist für Menschen ungereimt... daß noch etwa dereinst ein Newton aufstehen könne, der auch nur die Erzeugung eines Grashalms... begreiflich machen werde) 」. 즉 기계적 인과율만으로는 유기체의 합목적성을 결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21]
정기실재론의 틀에서 이 선언은 정확히 β-특이점의 환원 불가능성에 대한 칸트적 예감이었다. 그러나 칸트가 이를 규제적 원리(regulative principle)로 분류하여 형이상학적 해답을 유보한 반면, 정기실재론은 구성적 원리(constitutive principle)로 이를 회복시킨다. 풀잎의 뉴턴은 기계적 인과율의 뉴턴이 아니라 기화의 뉴턴이어야 한다. 즉 α→β의 특이점을 기의 응결 양식의 전환으로 정식화하는 자 — 그가 풀잎의 뉴턴이다. 최한기가 「生氣者 自求其和」라 했을 때, 그는 이미 그런 뉴턴의 자격으로 말한 것이다.
15. 범경험주의의 한국적 완성
그리핀이 정립한 범경험주의는 의식의 하드 프로블럼에 대한 가장 일관된 응답 중 하나이지만, 경험의 매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경험은 '무엇'을 통해 희미하게 시작되어 강도를 증폭시키는가? 정기실재론의 답은 명료하다: 기(氣). 기는 경험의 매질이자 강도의 스펙트럼이며, α·β·γ·Ω는 그 강도의 질적 문턱들이다.
이 답은 한국 사유 전통의 세 봉우리 — 율곡의 이통기국·담일청허지기, 최한기의 활동운화, 단군세기 천부경의 홍익인간·재세이화 — 가 수렴하는 지점이다. 율곡은 기의 보편적 흐름을, 최한기는 기의 역동적 활물성을, 천부경은 기화 완성의 우주적 방향을 각각 사유했다. 이 세 봉우리를 현대 과정철학과 범경험주의의 언어로 종합하는 것이 정기실재론의 학술적 과업이다.
16. 결어: 기화의 존재, 위계, 인식, 그리고 응답 – 닫는 한 걸음
서론에서 본고는 21세기 자연과학이 누적해 온 세 차례의 설명 틈새에서 출발했다. 장의 요동에서 입자로의 응결, 화학적 반응에서 자기복제로의 도약, 신경 활동에서 1인칭 경험으로의 개화가 그것이다. 본고는 이 세 틈새가 단순한 지식의 결여가 아니라 존재론적 범주 자체의 결여 — 죽은 물질(dead matter) 범주로는 원리적으로 봉합 불가능한 결여임을 확인했다.
본고의 정기실재론은 여기에 네 번째 틈새, 즉 정신에서 영성으로의 도약을 덧붙여 자연을 α·β·γ·Ω 네 특이점의 과정적 위계로 재 정식화했다. 이 네 틈새는 결함이 아니라 기화(氣化)가 자신의 조직 양식을 질적으로 변환시키는 정당한 문턱이며, 이 문턱들을 관통하여 흐르는 연속성의 매질이 바로 기(氣) 라는 존재론적 범주이다.
필자의 기화 존재론은 동서 위계 전통과 수렴한다. 최근 21세기 들어서 복권한 신(新) 아리스토텔레스(Neo-Aristotelean)주의의 영양·감각·이성 3층, 순자의 氣·生·知·義 4층, 화이트헤드의 결사(society)의 복수 등급, 그리핀의 경험 강도의 위계는 정기실재론에서 비로소 하나의 통합된 과정-위계 체계로 수렴한다.
순자의 氣·生·知·義는 정기의 α·β·γ·Ω 네 특이점에 직접 대응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영양혼·감각혼·이성혼은 β·γ·Ω의 내재적 원리로, 화이트헤드의 결사 등급은 각 특이점에서의 조직 강도로, 그리핀의 희미한 경험과 그 증폭은 정기의 응집 양식의 위계로 각각 번역된다. 정기실재론은 동서의 분산된 위계적 통찰들에게 공통의 존재론적 언어를 제공하는 번역기이자 종합기로 기능한다.
정기가 물질로, 물질에서 생명이, 또한 생명에서 정신으로 도약하는 세 설명 틈새에서 알파-베타-감마-오메가의 네 특이점이 작용한다. 기화의 위계와 정기실재론은 동서 위계 전통의 수렴이자 세 주장의 논증적 완결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론에서 제출한 세 주장 — (1) 자연은 정적 사물들의 합이 아니라 기화의 과정적 질서이며, (2) 이 질서는 α·β·γ·Ω 네 특이점의 위계를 지니고, (3) 각 특이점의 창발은 하위 층차를 소멸시키지 않고 담지(bearing-together)한다 — 는 본고 전편을 통해 논증되었다.
α-특이점에서는 최한기의 活動運化와 로벨리의 관계적 양자역학이, β-특이점에서는 캉길렘의 자기정립 규범성·프리고진의 산일구조·마투라나-바렐라의 자기생성·닉 레인의 에너지 구배 생명기원론이, γ-특이점에서는 통합정보이론·전역작업공간이론·그리핀의 합성 개체론이, Ω-특이점에서는 순자의 義와 맹자의 호연지기·성리학의 성명지리·샤르댕의 오메가 포인트, 그리고 한국 고유의 홍익인간·재세이화 사상이 각기 동일한 문턱을 서로 다른 언어로 증언한다.
알파 베타 감마 오메가 특이점을 통해서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위계적 인식의 누적적 프로그램이다. 위계적 자연은 위계적 인식을 요청한다. 이를테면 格物(α) – 體認(β) – 致知(γ) – 窮理·誠意正心(Ω)으로 전개되는 누적적 인식 프로그램은 『대학』의 8조목과 내재적으로 동형이며, 정기실재론의 인식론으로 복권된다. 이 인식의 정점에 내경 본신편의 사려지 이성(思慮知 理性)이 놓인다. 이 이성은 단순한 자기의식을 넘어, 인간이 자연 전체를 향해 규범적으로 응답하는 능력이며, 바로 그 능력이 Ω-특이점을 기(氣)의 자기 귀환(self-return)으로 완성시킨다.
α가 기화의 시원(始原)이라면 Ω는 그 귀일점(歸一點)이며, 두 극점은 외재적으로 분리된 두 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기화가 스스로를 자각하는 두 계기이다. 그리하여 α와 Ω 사이에 β·생명과 γ·정신이라는 두 대칭적 도약이 가로놓이고, α→β→γ→ Ω의 선형은 Ω→α의 순환을 통해 우로보로스와 같은 원환(圓環)이 된다.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반복으로 순환하는 과정에서의 마디 마디 매듭(Eternal Return; Endless Knot)이 되는 셈이다. 율곡이 말한 「陰陽無始, 動靜無端」의 비시원적 우주론은 바로 이 원환의 고전적 형상화였다.
마지막으로 정기실재론은 현대철학의 존재론에 엿보이는 네 가지 결여를 동시 보완하고 있다. 그래서 철학적으로 동서 통합형 과정-위계 존재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대 실재론의 네 입장 — 존재 구조실재론(OSR)·객체지향 존재론(OOO)·비판적 실재론·범경험주의 — 은 각기 과정성·위계성·실증적 내용·경험의 매질을 결여한다. 정기실재론은 기(氣)라는 단일 범주를 통해 이 네 결여를 동시에 메운다. 기는 과정이자 위계이고, 실증적 내용이자 경험의 매질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정기실재론은 동서 통합형 과정-위계 존재론으로서의 학적 좌표를 확보한다.
필자가 동서철학과 고전과 현대를 종횡무진하며 수행해 온 작업의 궁극적 의의는 학문사적 종합에 있지 않다. 그것은 현대인이 자신을 죽은 물질의 우연한 복잡화물로 이해할 때 상실해 온 자연과의 기적(氣的) 친연성(kinship)을 존재론적 언어로 복원하는 데 있다. 인간은 자연의 밖에서 자연을 관망하는 이방인이 아니라, 자연의 기화가 Ω-특이점에서 스스로를 비추며 응답하는 자리에 선다.
정기실재론이 옹호하는 최종적 주장은 바로 이 응답의 존재론적 자격이다. 자연은 기화이고, 기화는 위계를 품으며, 그 위계는 α에서 Ω까지 펼쳐지되 Ω에서 다시 α로 귀환하여 새로운 응결을 낳는다. 이 원환 위에서 인간은 사려하며 응답하는 존재로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그 자리에 설 때 비로소 홍익인간(弘益人間)·재세이화(在世理化)의 고대적 이상은 현대 과정철학과 범경험주의의 언어로 다시 발화된다.
서론에서 우리는 존재론적 피로 앞에서 다시 자연을 물었다. 본고의 여정은 그 물음이 기화(氣化)의 언어로는 막혀 있지 않음을 보이고자 했다. α에서 Ω까지, 그리고 Ω에서 다시 α로 — 이 귀환의 원환이야말로 정기실재론이 우리 시대에 바치는, 고대와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이 마주보는 하나의 형이상학적 풍경이다.
"오메가(Ω)는 끝이 아니라, 원환이 알파(α)로 회귀하는 자리의 매듭점이다 — 그 안에서 기(氣)가 끝없이 자기 자신을 다시 분절해 내는 영원의 매듭이다. (Ω is not the terminus but the nodal point where the gyre turns back into α — an endless knot in which qi perpetually re-articulates itself.)"
나가는 말: 본고의 요지는 네 항으로 간추려진다.
첫째, 자연은 기화(氣化)의 위계적 질서이며, 이 질서는 α·β·γ 세 특이점을 차례로 가로지른다.
둘째, 각 특이점은 하위 층차로 환원되지 않는 질적 도약이자, 동시에 기(氣)의 연속성 위에서 일어나는 누적적 창발이다.
셋째, 이 위계를 인식하는 인간 고유의 논리는 격물·체인·치지·궁리로 이어지는 누적적 인식이며, 그 정점에 사려지 이성(Ω-층 인식)이 놓인다.
넷째, 정기실재론은 이로써 OSR의 구조주의적 환원, OOO의 평면적 객체성, 비판적 실재론의 내용 공백, 범경험주의의 매질 공백을 한 번에 보완하는 동서 통합형 과정-위계 존재론을 제공한다.
돌이켜 보면, 이 주장은 천인합일(天人合一)과 천지인 삼재(三才)의 동양적 기화 세계관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설득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氣) 개념을 현대철학의 언어로 재정의한 이유는 단 하나다. 서양철학의 지평과 마주 대화하기 위해서이며, 이천 년을 이어 온 동아시아 기철학을 오늘의 학적 의제 안에서 다시 조명하기 위해서다.
유물론에 압도된 현대 문명이 자연에서 생명과 정신을 배제한 채 철학을 이어간다면, 인간은 끝내 자연의 기화가 Ω-특이점에서 스스로를 비추며 응답하는 자리에 설 수 없다. 응답의 지평이 닫혀 있는 한, 오메가(Ω) — 아직 탐색중인 다섯 번째 특이점 — 는 신비로만 남아 철학적 탐구를 공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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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Galen Strawson, "Realistic Monism: Why Physicalism Entails Panpsychism,"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13, no. 10–11 (2006): 3–31. 스트로슨은 이 설명 틈새가 발생적(emergent) 유물론의 원리적 한계임을 논증한다.
[2]Alfred North Whitehead,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New York: Free Press, 1925/1967), 49–50. 단순정위란 어떤 것이 시공의 단일 지점에 완결되어 있다는 가정인데, 이는 과정적·관계적 존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3]Aristotle, De Anima, II.3, 414a29–b19. 현실태로서의 영혼은 가능태로서의 신체와 분리되지 않되 동일하지도 않은 '첫째 현실태'이며, 이는 후대의 형상–질료 이원론 해석에 저항하는 과정적 읽기를 허용한다.
[4]『荀子』 「王制」. 순자의 이 구절은 본고의 α·β·γ·Ω 네 특이점 도식과 직접 대응한다. 氣(α)→生(β)→知(γ)→義(Ω)의 누적적 구조는 정기실재론이 동양 고전에서 확보한 가장 뚜렷한 원형이다.
[5]Alfred North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corrected ed. (New York: Free Press, 1929/1978), 99–109. 화이트헤드는 사회(society)를 '공동의 형식을 전승하는 현실적 계기들의 집합'으로 정의하며, 인격적 사회(personal society)를 결사의 가장 조직된 형태로 본다.
[6]David Ray Griffin, Unsnarling the World-Knot: Consciousness, Freedom, and the Mind-Body Problem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77–96. 그리핀은 '합성된 개체(compound individuals)'와 '집합체(aggregates)' 를 구별함으로써, 세포·유기체·의식이 왜 단순한 집적이 아닌 질적 도약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한다.
[7]『周易』 繫辭上傳 4章. 이 구절은 동아시아 자연철학이 '물(物)'을 죽은 물질이 아니라 '精氣의 결정(凝結)'으로 파악해 왔음을 알리는 원초적 선언이다.
[8]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21. "Creativity is the universal of universals characterizing ultimate matter of fact."
[9]『黃帝內經 素問』 「天元紀大論」·「五運行大論」. 오운(木·火·土·金·水)은 시간의 위계적 박동을, 육기(風·寒·暑·濕·燥·火) 는 공간의 결합 패턴을 각각 나타낸다. 이 두 계열의 교차는 화이트헤드의 Nexus에 상응한다.
[10]『栗谷全書』 「答成浩原」. 이통기국 논쟁사에 대한 종합적 검토는 한국철학사연구회 편, 『한국철학사의 쟁점들』 (파주: 한길사, 2018), 제3부를 참조할 것.
[11]崔漢綺, 『氣學』 (서울: 민족문화추진회 영인본, 1986), 卷1. 최한기의 '활동운화'는 프리고진(I. Prigogine)의 '산일구조(dissipative structure)' 및 마투라나·바렐라의 '자기생성(autopoiesis)'과 놀라운 의미론적 근친성을 보인다.
[12]Gilbert Simondon, Individuation in Light of Notions of Form and Information, trans. Taylor Adkins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20), 5–17.
[13]Carlo Rovelli, "Relational Quantum Mechanics," International Journal of Theoretical Physics 35, no. 8 (1996): 1637–78. RQM은 입자의 속성이 관찰자-독립적 실재가 아니라 관계적 사건임을 주장한다. 이는 기철학의 관계주의와 구조적으로 일치한다.
[14]Hans Driesch, The Science and Philosophy of the Organism (London: A. & C. Black, 1908); Ilya Prigogine and Isabelle Stengers, Order Out of Chaos (New York: Bantam, 1984); Humberto Maturana and Francisco Varela, Autopoiesis and Cognition (Dordrecht: Reidel, 1980).
[15]Georges Canguilhem, The Normal and the Pathological, trans. Carolyn R. Fawcett (New York: Zone Books, 1991), 126–28.
[16]Nick Lane, The Vital Question: Energy, Evolution, and the Origins of Complex Life (New York: W. W. Norton, 2015). 레인의 화학삼투 기반 생명기원론은 '생명기(生命氣)'의 물리적 기질이 에너지 구배임을 시사한다.
[17]『黃帝內經 靈樞』 「本神」. "心藏神. 神者, 水穀之精氣也." 신(神)은 정기의 가장 정련된 양태이며, 형이상학적 실체가 아니라 생리적 기반을 지닌 통합적 활동이다.
[18]Griffin, Unsnarling the World-Knot, 181–96.
[19]Pierre Teilhard de Chardin, The Phenomenon of Man, trans. Bernard Wall (New York: Harper & Row, 1959), 257–72.
[20]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박성수, 「단군세기 천부경의 존재론적 재해석」, 『한국철학논집』 35집 (2012): 7–42 참조. 문헌 성립사의 쟁점과는 별도로, 그 사상사적 내용이 Ω-층 영성 이해의 고전적 자원임은 부정되지 않는다.
[21]Immanuel Kant, Kritik der Urteilskraft, §75, Akademie-Ausgabe Bd. V, 400. 칸트는 이를 '반성적 판단력의 규제적 원리'로 격리시키지만, 그 본질은 β-특이점의 환원 불가능성을 선구적으로 감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