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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의 대러시아 경제의존도와 서방,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경제적 다변화 추진
  • 알렉세이정 칼럼리스트
  • 등록 2026-06-11 00:33:51
  • 파시냔의 총선 승리, 부정선거 의혹을 딛고 그러한 다변화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28, 29일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아르메니아를 향해 EU 가입 혹은 EAEU 잔류를 묻은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또한 아르메니아의 EU 가입 준비는 EAEU 국가들의 경제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니 이를 그만두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는 파시냔 총리를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므헤르 그리고랸(Mher Grigoryan) 아르메니아 부총리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랸 부총리는 이날 EAEU 정상회의에서 서방 국가들과의 무역 및 경제 협력, 그에 대한 관계 발전에 대해서는 EAEU의 핵심 과제라 주장했다.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를 주장했으며 또한 아르메니아를 통과하는 카스피해 횡단 국제수송로(TITR)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했고 운송 경로의 다변화는 무역량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코카서스(남캅카스) 지방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중앙 수송로(Middle Corridor)', 공식 명칭 '트랜스-카스피 국제 수송로(TITR, Trans-Caspian International Transport Route)', 출처 : AZERNEWS


현재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노선을 막는 방법은 친러 성향의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 밖에 없다. 과거 우크라이나 대선과 조지아 총선에서 이용했었던 경제적 압박 카드를 연이어 내놓으며 선거 압박용으로 사용했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의 특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다. 마리아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는 아르메니아가 EU에 가입할 경우 가스와 석유 제품, 다이아몬드 공급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메니아 다비드 후다탸안(David Hudatyayan) 국토행정 및 인프라부 장관은 가스 공급 계약 해지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 에너지부의 서한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하로바 대변인은 주 아르메니아 러시아 대사관이 서한을 27일 아르메니아에 공식으로 전달했다며 직접 알려주기도 했다. 


러시아 측이 보낸 서한은 아르메니아가 EU 가입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경우,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대한 천연가스, 석유 제품 및 원석 다이아몬드 공급 협력에 관한 2013년 12월 2일에 맺은 협정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파기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이와 같은 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에 가스 및 석유제품, 다이아몬드 등을 수출 관세 없이 러시아의 내수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현재까지 13년 동안 꾸준히 보내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가스의 85%, 석유제품의 62%, 다이아몬드의 5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 협정을 파기하면 아르메니아는 당장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아르메니아의 1인당 GDP는 10,400불 정도다. 이는 러시아의 일방적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조지아의 1인당 GDP가 7,000불이 되지 않는데 아르메니아가 10,000불이 넘는 이유는 오로지 러시아 덕택이다. LNG의 국제 시세가 입방미터(㎥)당 570~590불인 상태에서 러시아는 입방미터당 약 177불에 천연가스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013년 가스프롬 아르메니아에 연간 25억㎥ 규모의 가스를 장기적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가스 가격이 일부 인상되기는 했지만, 공급 계약은 2032년까지 연장된 상태에 있다. 작년인 2025년 기준, 가스프롬은 아르메니아에 총 27억㎥를 제공해 아르메니아의 가스 수요 거의 전부를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메니아는 이란으로부터도 약 4억 7,600만㎥의 가스를 공급받고 있지만, 이란으로부터 받은 가스는 순수히 전력 생산에만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에게 지원 받는 것은 가스 뿐만이 아니다. 소련 시절에도 작은 민족 공화국 중 하나에 불과했던 아르메니아의 대러 경제 의존도는 절대적일 정도다. 2024년을 기준으로 아르메니아의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이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이란-미국 전쟁으로 인해 아르메니아의 대 중동 수출 시장은 매우 좁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병행 수입의 중추 역할을 맡아온 아르메니아는 대러 수출이 GDP의 약 5%를 차지한다. 


WTO는 아르메니아의 2026년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약 35% 감소한 83억 9,000만 불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아르메니아의 수출에 대해 러시아가 조치하게 되면 아르메니아의 경제는 심각해 진다. 지난 5월 20일 아르메니아산 꽃은 러시아에 상당한 수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책을 검토했고 러시아 연방 수의식물위생 감독청의 발표를 시작으로, 아르메니아 생수 브랜드 예르무크(Jermuk)를 수입하여 유통하는 것도 금지했다. 그리고 아르메니아산 과일 및 채소의 선적 검사를 중단했으며 아르메니아산 코냑 및 주류를 수입 및 판매 금지 등의 조치가 잇달아 시행되었다. 러시아의 이같은 무역 봉쇄는 아르메니아에 대해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과 아주 유사하다. 지난 2016년 EAEU에 가입한 아르메니아가 각종 무역 혜택을 누리면서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과 교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아르메니아를 응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르메니아산 과일과 채소, 주류 등에 대한 러시아의 제재는 아르메니아 농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게다가 코냑 수입 금지는 아르메니아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는 아르메니아가 코냑 생산량의 80~90%를 러시아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아르메니아 코냑의 대러 수출 규모는 약 2억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아르메니아산 코냑은 50% 이상을, 조지아산이 약 4분의 1인 25%를 차지하고, 프랑스산은 10% 미만에 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 코냑이 EU와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이유는 최강의 프랑스 코냑을 이기기에는 브랜드 네이밍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 농민들이 생산하는 과일과 채소의 약 90%가 러시아로 수출된다. 아르메니아의 지리적인 위치와 물류망, 과일과 채소의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해 아르메니아가 과일과 채소를 EU나 중국으로 돌리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러시아의 아르메니아에 대한 경제 규제는 아르메니아 농업 부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파시냔 총리의 지지층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에 파시냔은 러시아의 경제적인 제재를 카스피해 횡단 국제수송로(TITR)라는 운송 수단에서 찾고 있다. 파시냔은 지난 24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아할칼라키-카르스 화물 철도망이 공식적으로 개통됐다고 주장했다.


파시냔은 조지아와 터키를 거쳐 EU와 직접 연결되는 철도망을 갖게 됐다고 홍보했다. 이 수송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남카프카스, 터키, 유럽을 잇고 있다. 따라서 이를 중간 회랑(Middle Corridor)으로 불리기도 한다. TITR은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터키가 2022년 통관협정을 맺고 건설을 진행했다. 4,250㎞에 이르는 노선으로, 서방과 분쟁 중인 러시아와 이란은 지나가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란-미국 전쟁으로 지정학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TITR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경유 노선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TITR의 물동량이 약 10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 2월 시작된 이란-미국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TITR를 찾는 수요는 더욱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메니아는 이러한 수요를 노리고 이 수요를 통해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이다. 원래 러시아는 2008년부터 30년간 아르메니아로부터 남부 카프카스 철도 운영권을 위임받았다. 


파시냔은 지난 2월 남부 카프카스 철도 운영 시스템이 아르메니아를 지정학적 전략적인 지위와 경쟁에서 우위를 잃게 만들고 있다면서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에 남부 카프카스 철도를 매각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파시냔은 이번 총선에서 TITR를 통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독립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아르메니아가 이제 세계의 교차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따라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우려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파시냔은 운송로의 다변화와 서방 진영과의 교역 확대로 러시아의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그는 집단서방의 개입을 통해 야당 인사들을 상당수 체포하여 가두고, 총선을 통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 사이에 부정선거가 의심되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고 있고, 앞으로 10일 동안 아르메니아의 정국이 이 부정선거로 인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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