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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나라를 대표하는 여류 시인 이청조(李淸照)의 작품을 한국어로 풀어낸 《이청조 연애한시》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한시 번역집이 아니라, 천 년 전 한 여성 문인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오늘의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반 독자들에게 한시(漢詩)라고 하면 흔히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의 오언절구나 칠언율시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 전통문학의 또 다른 형식인 사(詞)를 전면에 내세운다. 사는 오늘날의 자유시에 가까운 문학 양식으로, 특히 개인의 감정과 연애, 이별, 그리움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적합한 장르였다.
이청조는 이러한 사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의 사랑과 풍류, 부부의 정다운 일상, 그리고 나라를 잃고 떠도는 피난민의 비애까지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이청조 연애한시》는 이러한 작품 가운데 43수를 엄선하여 원문과 독음, 번역시, 산문 해설을 함께 수록하였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아름다운 시절」에서는 젊은 시인의 봄날 감성과 사랑의 설렘을, 「이안거사의 정강지변」에서는 북송(北宋) 멸망의 비극을, 「상실과 망향」과 「고독과 유랑」에서는 피난과 이별의 세월을, 마지막 「쓸쓸한 말년」에서는 인생의 황혼기를 담아낸다.
특히 역주자인 박경범 작가는 단순한 번역에 머물지 않고 작품마다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였다. 일부 작품에는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 기록과 소설적 정황 묘사까지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박 작가가 이청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7년 중국 산동성 제남(濟南)에 있는 이청조 기념관 방문이었다. 그는 당시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남쪽으로 피난해야 했던 이청조의 처지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이후 중국 관련 서적과 바이두(Baidu)의 자료를 토대로 작품 연구를 이어갔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내용을 수정·보완하였다.
역자는 후기에서 이청조의 삶을 단순한 개인적 연애담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청조가 겪은 상실을 "나라를 잃은 문화인의 상실"로 해석한다. 북송 귀족 피난민으로서 삶의 기반을 잃고, 금석학 연구 자료와 문화적 환경을 상실했던 그녀의 아픔 속에서 오늘날 한국 문화 현실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 또한 발견했다고 밝힌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는 연애시를 읽으면서도 예술문화에 대한 사랑, 봉건시대 여성 예술인의 위상, 농경문명과 유목문명의 충돌, 망국의 설움, 그리고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시대적 인식을 함께 만나게 된다.
표지에는 책을 손에 든 우아한 송나라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단순한 연애시집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한 여성 지식인의 삶 전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상실의 노래. 《이청조 연애한시》는 고전 문학을 어렵게만 여겼던 독자들에게도 이청조라는 이름을 새롭게 기억하게 하는 뜻깊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整理: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