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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_칸첸중가_007_국경초소
  • 김홍성
  • 등록 2026-06-23 07:43:57

장편소설_칸첸중가_007_국경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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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남녀 동포들이 트레킹을 떠난 그날은 온종일 마음이 싱숭생숭했다그들이 부러웠고그들과 함께 떠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오후가 되자 택시라도 불러 타고마니 반장으로 쫓아가고 싶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들은 나를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며칠 후에 혼자 떠난다.’는 결론을 냈다
 

그 이틀 후그러니까 알리멘트의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긴 지 닷새째 되는 날 새벽에 침낭과 우모복과 판초 우의를 배낭에 쑤셔 넣었다사전과 회화 책두꺼운 일기장안 입을 옷 등 알리멘트에 맡길 짐은 따로 보자기에 쌌다양철배는 가져갈까 두고 갈까 망설였다배낭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두고 가야 하지만 두고 가기엔 왠지 허전했다.

_마스코트 삼아 배낭에 달고 갈까?

-너무 크다비누도 반 토막 내서 가져가는 거 못 봤냐?

-그래도 가져가자행운을 가져다주지는 않아도 액운은 막아줄 거야

-배가 산으로 오르겠구먼.

-무슨 상관
나는 혼자서 두 사람 연기를 하는 라디오 성우처럼 목소리를 달리하여 중얼거리다가 양철배를 배낭 덮개에 넣고 지퍼를 채웠다

마니 반장으로 가는 버스의 승객 대부분은 현지 주민들이었다맨 나중에 올라와 통로에 선 서양 남녀는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숙여도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머리 뒤통수가 지붕에 닿았다차창 밖은 희뿌연 운무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이따금 운무 속에서 이상한 마을이상한 사람들이 환영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마니 반장 체크 포스트 도착 시간은 9시였다여권을 제시하고 입산 신고서를 작성했다시장에 있는 티베탄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나니 10시였다버스를 같이 타고 온 서양 남녀는 지프에 올라앉아 있었다지프는 몇 시간 만에 산닥푸까지 올라간다고 했다걸으면 이틀을 잡아야 하는 길을 몇 시간 만에 오른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고소 적응을 위해서라도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는 게 나았다

한 손에는 길에서 주운 지팡이를다른 한 손에는 전날 광장에서 산 관광 지도를 접어서 들고 꾸준히 비탈길을 올랐다산모퉁이를 하나 돌았을 때 비탈길로 내려오는 소들이 보였다소를 몰고 내려오는 남자들에게 나마스떼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들은 타시델레라고 화답했다.

나마스떼는 당신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의 인도나 네팔의 인사말이고, ‘타시델레는 많은 평화라는 뜻의 티베트식 인사말이었다소를 몰고 내려가는 사람들은 자기네가 티베탄임을 밝힌 것이지 싶었다이 지역에는 티베트로부터 이주한 티베탄이 많이 산다고 했다.

마을 어귀에 이르자 룽따가 펄럭이는 게 보였다. ‘티베탄 찻집이라고 쓴 판자가 걸린 외딴 농가에서 버터 차를 마셨다. ‘구루구루티라고도 부르는버터와 소금을 녹인 차는 곰국 맛이 났다배가 든든해지고 힘이 나는 듯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지트레라는 마을이 나왔다역시 티베탄 마을집집마다 하얀 룽따가 펄럭였다더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라미드라’ 마을에는 운무가 자욱했다춥고 배고파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마을 전체가 빈집이었다그 마을은 여름 한 철에만 가축들을 데리고 올라와 방목하며 사는 목장 마을이었다.

첫날부터 날씨도 안 좋고배는 고프고트레커_trekker_들을 실은 지프가 자꾸 지나가자맥이 빠졌다차라리 지프를 탈 것을 그랬다는 후회도 없지 않았다오후 1시 20삼거리에 있는 메구마(Megma) 마을의 티베탄 찻집(Sailung Tea House)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구마를 벗어나자시야가 좀 트였다멀리 보이는 밋밋한 능선 위에서 흰말과 검은 말이 풀을 뜯고 있었다어디선가 가축을 부리는 듯한 여인의 목소리도 들렸다좀 더 가보니 외딴집이 있고 티베탄 여인이 염소들을 우리 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오후 3시 톰링(Tomling) 도착쉬카(Shikhar)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롯지가 마음에 들었지만숙박 예정지인 조바리까지 1시간 거리여서 좀 더 걷기로 했다조바리 가는 언덕 길목에는 대나무 울타리를 두른 집들이 많았다.

눈 녹은 물이 흘러 길이 질었다등산화에 달라붙는 흙덩이가 지겨워질 무렵에 희뿌연 운무 속에서 수많은 룽따와 탑들이 나타났다거기가 네팔과 인도의 국경이었다국경초소는 비어 있었다초소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 조바리 마을이었다.

조바리는 네팔 땅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월경_越境을 허용하고 있었다그러나 외국인 여행자들은 조바리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할 수는 없다고 했다조바리에서 산닥푸로 가는 길과 네팔 동부 지역인 일람으로 가는 길이 갈라졌다.

삼거리 주막집 호텔 인드라_Indra’의 침대 네 개짜리 방에 배낭을 내려놓았다침대 하나에 20루피밥도 1인분에 20루피석유등을 켠 비좁은 식당에는 서양 단체 여행자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백토를 칠한 벽에 비친 그들의 커다란 그림자들도 같이 밥을 먹는 듯해서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밥 먹고 나오니 밖이 깜깜했다방으로 돌아오면서 보니 옆방 도미토리에서는 서양 여행자들이 카드를 하고 있었다침대에 침낭을 펼치고 누우니 어느 방에서는 이불이 축축하다며 투덜거렸고 어느 방에서는 벌써 코 고는 소리도 들려왔다위층에서는 키득거리는 여자 웃음소리와 두런두런하는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span>계속>


#장편소설_칸첸중가_009_국경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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