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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_칸첸중가_009_산닥푸
  • 김홍성
  • 등록 2026-07-02 10:26:32

[에세이철학 네트워크=김홍성 ]

                                                                                                                                                                                                   @ 로에리치 그림_칸첸중가
장편소설_칸첸중가_009_산닥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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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바람은 여전히 사납게 불었다체왕 롯지 앞의 룽따는 곧 찢어질 듯이 펄럭였다바람 때문에 고원은 더욱 황량하게 느껴졌다언덕 위에서 히말라야가 펼쳐져 있을법한 북쪽을 바라봤지만히말라야 쪽에는 두꺼운 구름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구름 위로 해가 솟고 금빛 햇살이 마을 골목을 비출 때쯤 멀리서 뎅그렁뎅그렁 쇠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소들이 허연 입김을 뿜으며 올라왔다쇠방울 소리에 취해서 마냥 씩씩하게 걷는 듯한 이 소들은 고산의 소 야크와 저지대 평야의 물소의 교배종인 인데 등에 땔감을 잔뜩 짊어졌다.

체왕 호텔 부엌에서는 벌써 아침 준비하는 연기가 피어올랐다아침 식사는 짜파티와 버터 차로 간단히 때우기로 했다큰언니는 버터 차를 만들고막내 체왕이 밀가루 반죽을 둥글게 밀어작은누나에게 건네주면 그녀는 그것을 화톳불에 구웠다.

9돼지를 기르는 음산한 마을 초우리촉을 지나 10시쯤 비케이 반장 도착응달에는 눈이 두텁게 남아 있었다네팔 땅과 경계를 이루는 셰르파 마을이었다지붕의 용머리에 야크의 해골을 달아 놓았다여기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산닥푸까지는 이제 4킬로미터 남았다힘든 길이지만 산모퉁이를 하나씩 돌 때마다 칸첸중가를 비롯한 히말라야의 전경이 펼쳐졌다구름 걷힌 푸른 하늘 아래 장엄하게 펼쳐진 설산 봉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씩 앉아서 쉬었다.

12시쯤 산닥푸(3,636m) 도착산닥푸는 운무에 젖어 춥고 음산했다응달에는 눈과 얼음이 서걱거렸다막 도착한 합승 지프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예상치 못한 추위로 입술이 퍼렇게 질려 있었다고산증세에 시달리는지 다들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서둘러 숙소를 찾아야 했다벽난로와 거실이 있는 쓸 만한 호텔은 모두 서양 여행자들로 만원이었다결국 탐탁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언덕 맨 꼭대기의 산장에 여장을 풀었다산장에는 투박한 나무 침대가 여덟 개 있었는데 그중 네 개는 합승 지프를 타고 온 일본 청년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옹색한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장작불을 쬐며 밥을 먹는 동안 날이 어두워졌다바람은 미친 듯 사나워져서 건물마다 양철 지붕들이 금방 날아갈 듯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썩거렸다뜨겁게 데운 아락(일종의 소주)을 머그잔으로 한 잔 마셨지만추위는 가시지 않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고산증세만 심해졌다일본 청년들은 겉옷을 입은 채 침낭에 들어가 저마다 용을 쓰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이 침대 저 침대에서 이를 악물고 내는 신음이 들렸다.

이튿날 새벽 동틀 무렵일본 청년들처럼 침낭을 몸에 둘둘 말고 펭귄처럼 줄지어 걸어서 호텔 북쪽 전망대에 올라갔다별들이 날카롭게 빛나는 보랏빛 하늘 아래 검푸른 히말라야 연봉들이 치달리고 있었다구름은 솜이불처럼 골짜기에 가라앉아 있었다먼저 온 서양 여행자들이 유리창이 있는 전망대 안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샛별이 희미해지면서 동쪽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더니 새빨간 해가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칸첸중가의 봉우리 끝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가자 여기저기서 신음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추워서 이를 딱딱 마주치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한 서양인 노부부는 판타스틱아일라뷰’ 하면서 입을 맞췄다그때 칸첸중가 봉우리 끝에서는 분홍색 구름이 피어올랐다그것은 영화에서 본 인디언들의 봉화 연기 같지만 실은 설산 정상의 만년설을 쓸어 올리는 무시무시한 바람이었다.

전망대에서는 칸첸중가뿐 아니라 마칼루로체에베레스트 등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14개의 이름 있는 8천 미터급 봉우리 중에서 1(에베레스트:8,848 미터), 3(칸첸중가:8,598미터), 4(로체:8,516미터), 5(마칼루:8,463미터등 봉우리 넷을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었다만일 운무가 끼었더라면 우리는 칸첸중가조차 볼 수 없었을 것이다일본 청년들은 다음 휴가 때 반드시 세계 2위 봉인 K2 (8,611미터마저 보러 파키스탄에 가겠다며 들뜬 소리를 했다. <</span>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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