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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9-05 18:05:11
  • 수정 2026-09-05 18:13:08

인천장애인재활센터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영글도록 명하시고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송이 속에 스미게 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아가면서

잠 못 이루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하여 낙엽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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