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대학에서 가르친 지 45년이 넘어섰다. 노년에 접어드는 시점에 웬 고백인가 싶지만,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뱉고자 한다. 기나긴 세월 동안 소작을 지어 오면서 근근이 빈곤한 사유를 이어 왔다는 말이다. 지주는 하이데거였다. 하이데거가 지금까지도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 미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많은 학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해오는 대지주임은 불문가지이다. 대지주 하이데거의 광활한 땅 한 모퉁이에서 가난한 소작농으로서 그가 제공한 농사법으로 그가 원하는 작물을 재배해 왔다. 현존재의 존재가 작물이라면, 현존재의 실존론적 존재론이 농사법이었다.

<소리숲>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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